커피가 맛있으면 장사가 잘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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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는 외식업에 속한다. 먹거리를 판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페는 다른 외식업이 가진 속성을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 많이 있다. 기본적으로 맛이 있어야 하고 친절해야 하며 위생적이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속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카페는 시장에서 도태된다. 누가 강제로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고객의 선택에서 자연스레 제외되는 것이 바로 시장의 힘이다. 


하지만 카페는 다른 외식업과는 조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점심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한 식당을 찾는 우리의 모습과 커피 한잔을 위해서 카페를 찾은 우리의 모습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 식당은 우선 원하는 메뉴를 판매하는지가 중요하다. 원하는 메뉴를 판매한다면 적당한 수준의 가격과 깔끔함을 갖추고 있는 지를 살펴보고 엄청난 결격 사유가 없다면 가급적 식사를 한다. 음식점을 선택하고 이용하는 모습은 식사 시간이라는 암묵적인 규칙 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하나의 프로젝트 처리 과정과 비슷하다.


이에 반해,  카페는 확실히 다른 면을 보인다. 카페마다 취급하는 메뉴는 대동 소이하다. 그래서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가치를 선사하는 카페를 찾게 된다. 이 때의 가치는 거리 상의 이점이기도 하고, 가성비이기도 하며, 이쁜 포장 일 때도 있으며, 참신한 메뉴 디자인이거나 앙증맞은 디저트일 경우도 있다. 같이 온 사람과 누릴 수 있는 매력적이 공간이거나 유명세 자체일 때도 있다. 하물며 카페 근무자의 외모도 가치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카페를 선택하는 데에는 메뉴가 가진 본질적인 가치 외에도 다양한 부가적인 가치가 영향을 미친다. 다른 음식점보다 더욱 그렇다. 그 이유는 우리가 카페와 음식점을 대하는 보수적인 태도의 차이로 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잘 아는 음식을 한번 떠올려 보자. 김치찌개도 좋고 알리오올리오 스파게티도 좋고 짬뽕도 좋다. 우리가 식사로 먹는 음식은 베리에이션 메뉴, 예를 들어 김치찌개라 하면 참치김치찌개, 순두부김치찌개, 스팸김치찌개 등등의 파생 메뉴가 존재한다. 이러한 파생 메뉴는 다양한 재료를 추가한다는 특징이 있지만 꼭 지켜야 하는 원칙이 하나 있다. 김치찌개의 본질인 김치 맛을 훼손하는 재료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양한 파생 메뉴는 오히려 기본 재료인 김치의 맛과 잘 어울려 더욱 풍부한 맛을 느끼도록 하는데 제한되어 있다. 만약 김치찌개에 넣은 재료가 된장과 같이 김치의 맛을 저해하는 것이라면 그 메뉴는 출시가 어려울 뿐더러 고객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고객이 김치찌개를 고른 이유, 더 나아가 김치찌개 식당을 찾은 이유는 김치의 맛을 느끼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좀 더 주 메뉴의 특징이 강조된 음식의 경우는 이러한 특징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데 예를 들어 치킨, 족발, 삼겹살, 스테이크와 같은 것들은 본연의 맛을 북돋아 주거나 부정적인 뉘앙스, 예를 들어 느끼함이나 고기의 잡내와 같은 것들을 감소시키는 재료의 추가 외에는 다른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치킨의 다양한 양념, 냉채 족발이나 고추장 삼겹살, 스테이크의 소스와 시즈닝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원재료의 맛과 식감을 방해하는 수준의 재료는 배척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식사로 먹는 음식은 이렇게 본연의 특징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낯선 재료가 들어간 음식들은 잘 팔리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식사라는 행위는 에너지의 공급과 건강의 유지라는 대 명제가 깔려있기 때문에 익숙하고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선에서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낯선 음식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위험한 문제라던가 위험하지는 않더라도 성가신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입맛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게 식사를 위한 음식은 그 선택에 있어 매우 보수적인 특징이 있다. 그래서 더더욱 제공하는 메뉴에 충실해야 하고 이 외의 부가적인 부분은 말 그대로 부가적인 역할만 하는 것이 음식점의 특징이다. 식당의 핵심 가치는 바로 주 메뉴가 얼마나 훌륭한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카페는 음식점에 비해서 주 메뉴에 대한 보수적 성향이 낮다. 커피가 좀 별로라고 해서 완전히 외면 받는 그런 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카페의 매출과 커피 맛이 전혀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내가 카페를 운영하던 때에 단골 손님들이 인근에 새로 생긴 카페에 다녀와서 품평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손님이 너무 많아서 한참 기다렸다 먹었는데 커피가 비싸기만 하고 맛이 없더라는 것이다. 맛도 없는데 왜 그렇게 손님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손님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건냈던 말이 있다. ‘카페에서 커피는 중요한 게 아닌가 보죠.’


주 메뉴가 맛없는 음식점은 장사가 안된다. 그런데 커피가 맛없는 카페는 장사가 잘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그 카페에서 고객이 기대하는 핵심 가치가 커피 맛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 커피는 결국 간식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식사만큼 보수적이고 안전한 선택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맛있는 커피는 좋은 카페를 구성하는 하나의 선택일 뿐 필수가 아닌 것이다.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이런 카페는 참 많다. 


예전에 식물원처럼 꾸며둔 카페를 방문한 적이 있다. 커피 가격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입장료를 받고 입장권을 주면 바에서 커피나 음료로 교환해 주는 곳이었다. 분명히 이 곳은 카페다. 지도에서도 카페로 검색되고 블로그에도 식물원 카페로 소개되고 있는 분명한 카페였다. 커피는 정말 맛이 없었다. 커피 맛 물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그리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어짜피 내가 기대한 건 식물원 카페의 싱그러움이었지 커피의 고급스러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멋진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대형 오션 뷰 카페를 방문 한 적도 있는데 그 곳에서의 경험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몇 모금 마시지도 않은 커피가 다 식어서 맛이 없어졌어도 그리 실망하지 않았다. 멋진 바다가 할 일을 다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으로 카페인 갈증을 해결해 주는 집 앞의 저가 커피 매장도 고마운 곳이다. 맛이 좀 없으면 어떤가? 오늘 하루 종일 커피를 못 마셨다는 게 더 큰 문제인 것을.



물론 이런 곳이 커피까지 너무 맛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런 곳은 많이 보지는 못한 것 같다. 가끔 있는 그런 곳은 이미 너무나 유명한 카페가 되어있기도 하다. 


커피 맛에 잔뜩 기대를 품고 방문하는 카페도 물론 있다. 일본 여행에서 좋은 커피 맛을 보여 준 브랜드가 한국에 들어온다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방문했었는데 생각보다 맛이 없던 커피에 적잖게 실망했었다. 스페셜티 커피로 유명한 카페를 찾아가서 정말 놀라운 커피 맛을 경험한 적도 있고 커피의 맛과 대표 디저트의 조화가 너무 좋았던 곳도 있었다. 


이렇게 카페는 단순히 커피로만 그 가치가 결정되는 곳은 아니다. 우리가 다녀 본 다양한 카페를 떠올려 보고 어떤 즐거움, 어떤 가치를 느꼈었는지 정리해 보면 카페의 종류 만큼 다양한 가치의 종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비오는 날, 무너질 듯한 우울함을 안고 찾아간  카페에서 노신사분이 내려주셨던 그 씁쓸한 핸드드립 커피는 맛을 초월하는 위로를 주기도 한다. 그런 곳이 바로 카페이다.


커피가 맛있으면 장사가 잘되나요? 이 질문의 답은 여러분이 정하면 된다. 

그 답이 여러분의 카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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